18일 인천서 학술토론-전시회.. 시립박물관선 경인철도 특별전
1897년 3월 22일 인천 쇠뿔고개(현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에서 열렸던 기공식 장면. 18일 국내 1호 철도인 경인철도가 개통한 지 120주년을 맞는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고종 황제는 1893년 근대문물인 철도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미국인 제임스 모스와 철도 부설권 약정을 맺었다. 인천에 거주하던 모스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철도부설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1897년 3월 22일 인천 쇠뿔고개(현 경인전철 도원역 인근)에서 기공식을 하고 1899년 9월 18일 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 간 33.2km의 경인철도 1차 구간이 개통됐다. 이듬해 한강철교가 완공돼 경인철도가 서울역까지 연장되면서 역사가 기존 7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개통 초기 제물포∼노량진 사이를 편도 1시간 40분씩 하루 2회 왕복 운행했다.
경인철도 개통 120주년을 맞아 국내 1호 철도 기공지이자 시발지인 인천에서 철도 역사를 조명하는 학술토론회와 전시회가 마련된다.
인천대 산하 인천학연구원과 서울시립대 산하 서울학연구소는 18일 오후 1시 인천대 송도캠퍼스 교수회관(2호관)에서 ‘철도와 도시문화, 120년의 기억’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진행한다. 고동환 KAIST 교수, 박준형 서울시립대 교수, 윤병조 인천대 교수 등 5명이 ‘개항 이후 한강 하류의 수운-경인철도 개통 전후를 중심으로’, ‘통학의 근대사’, ‘철도정책 및 국내외 동향’ 등 5편의 논문을 발표한 뒤 토론을 벌인다.
고 교수는 경인철도 개통 이후 물류 운송 수단이 기선과 범선에서 철도로 바뀌는 변화 과정을 추적했다. 그는 논문에서 “인천항 개항으로 외국산 수입물품이 폭증하고 한강 수운이 활성화돼 일본 독일 미국 청국 상인들이 다투어 한강에서 기선을 운항했다”며 “운임이 비싼 기선은 철도에 밀려 조기에 쇠퇴했고 범선에 의한 한강 수운도 1908년 전후로 쇠퇴해 갔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동아일보 등의 자료를 토대로 기차 통학 역사를 살펴본다. 그에 따르면 경인철도 전 구간이 개통된 15년 뒤인 1915년부터 인천에서 경성(서울)으로 기차 통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학생이 늘면서 3·1운동 직후 ‘인천 한용단(漢勇團)’, 배재고보 통학생 중심의 ‘인배회(仁培會)’, 중앙고보 통학생 중심의 ‘인중학우회(仁中學友會)’와 같은 학생 친목회가 조직됐다.
당시 동아일보는 전국에 불었던 향학 열풍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식에 주려 있던 소년들은 향학열이 팽창했고, 학교나 강습소에선 조수같이 밀려 들어오는 학생들을 수용할 처소가 없었다.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 철도로 매일 통학하는 학생이 작년보다 배가량이나 증가하였다.’(1922년 5월 29일자)
이와 별도로 인천시는 18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다시 철도, 인천이다’라는 특별전을 연다. 미국 공사와 맺은 철도 개설을 위한 규약서, 경인철도 개통 초기 승차권 등의 유물과 옛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노량진역에 잘못 세워진 철도 기념물의 제자리 찾기를 제안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1899년 9월 18일 인천역에서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출발한 사실이 각종 문헌에 기록돼 있지만 김종필 총리 휘호와 서정주 시인의 시를 새긴 ‘철도 시발지’ 기념비가 노량진역에 설치돼 있다는 것.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경인철도는 고종 황제가 서구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개통하기로 하고 미국에 발주했고, 일본에 의해 최종 완공된 것”이라며 “인천에서 첫 삽을 뜨고 출발했던 만큼 이런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기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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